훈민정음과 발음오행
일반적으로 활용되는 발음오행과 『훈민정음(訓民正音)』의 해례본(解例本)에 나와 있는 음령오행(音靈五行)의 발음기호 분류법은 토(土)와 수(水)오행의 발음에 국한하여 달리 사용하고 있다. 가령 명리학에서 사용하는 토(土)오행의 발음은 ‘ㅇ,ㅎ’이지만 해례본은 ‘ㅁ,ㅂ,ㅍ’로 표기하고, 수(水)오행 역시 ‘ㅁ,ㅂ,ㅍ’에서 ‘ㅇ,ㅎ’으로 바뀌어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러한 연유에 의해 현재 발음오행 표기법에 다소 혼선이 일어나고 있는 실정이다.
한글은 1443년(세종25년)에 창제되고, 1446년에 신숙주(申叔舟) 등 집현전 학자들에 의해 훈민정음의 발음구조와 사용법을 적시한 해례본이 편찬되었다. 그러나 연산군(燕山君)의 한글말살 정책으로 해례본은 자취를 감추게 되는 가운데, 급기야 1517년(중종12년) 최세진(崔世珍)이 편찬한 『사성통해(四聲通解)』에서는 해례본의 음령오행을 배제하고 명리학 발음오행이 채택되었다. 더욱이 1750년(영조26년)에 신경준(申景濬)의 『훈민정음운해본(訓民正音韻解本)』에서도 해례본과 다른 음령오행이 사용되는 가운데, 이후 식민 시대 조선어학회 등에서도 운해본의 발음오행을 그대로 사용하였다. 하지만 연산군 시대에 분실되었던 훈민정음 해례본이 1940년 안동과 2008년 상주에서 발견되어 한글 음령오행 적용의 새로운 전기가 마련되었다.
그렇지만 최세진이 『사성통해(四聲通解)』에서 음령오행을 변경했다는 것은 해례본의 음령오행에 문제가 있었음을 전제로 하였기 때문에 해례본의 시기가 빠르다 하여 무조건 수용할 수 없다는 주장이 일반적이다. 아울러 ‘ㅇ,ㅎ’은 목구멍의 울림소리로서 모든 발음에 공통적으로 적용되는 중성적 성격인 토(土)로 분류함이 옳다는 견해이다. 또 ‘ㅁ,ㅂ,ㅍ’은 자음의 발음구조로서 발음상 입술의 개폐과정에서 필연적으로 수분을 필요로 하기 때문에 수(水)오행으로 보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주장이 일반적인 논리로서 현재 작명의 발음오행과 관련해서는 해례본이 아닌 운해본의 이론을 적용하는 작명법이 대세를 이루고 있는 실정이다.
<운해본과 해례본의 발음 비교>
발음
오행 |
발음구조(운해본 기준) |
운해본 발음 |
해례본 발음 |
목(木) |
아음(牙音 어금닛소리) |
ㄱ⋅ㅋ |
ㄱ⋅ㅋ |
화(火) |
설음(舌音 혓소리) |
ㄴ⋅ㄷ⋅ㄹ⋅ㅌ |
ㄴ⋅ㄷ⋅ㄹ⋅ㅌ |
토(土) |
후음(喉音 목구멍소리) |
ㅇ⋅ㅎ |
ㅁ⋅ㅂ⋅ㅍ |
금(金) |
치음(齒音 잇소리) |
ㅅ⋅ㅈ⋅ㅊ |
ㅅ⋅ㅈ⋅ㅊ |
수(水) |
순음(脣音 입술소리) |
ㅁ⋅ㅂ⋅ㅍ |
ㅇ⋅ㅎ |
그러나 훈민정음운해본(訓民正音韻解本)은 한자음을 고려하여 한글의 자음을 오행으로 분류한 반면, 훈민정음해례본(訓民正音解例本)은 한글의 순수 발음만을 고려한 음령 체계이다. 따라서 한자가 포함된 한글이름을 짓고자 한다면 운해본(韻解本)의 발음오행 체계를 적용하는 것이 좋은 반면, 순수 한글이름만을 짓고자 한다면 해례본(解例本)의 발음오행 체계를 적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할 수 있다.
참고로 훈민정음(訓民正音)은 초창기 세종대왕이 직접 창제한 『훈민정음예의본(訓民正音例義本)』과, 정인지(鄭麟趾)•신숙주(申叔舟) 등 집현전 학자들이 예의본(例義本)을 쉽게 설명하여 집필한 『훈민정음해례본(訓民正音解例本)』으로 분류한다. 이러한 해례본(解例本)에는 한글의 발음오행 체계가 실려 있는데, 이때 참고하였던 것이 중국 송(宋) 나라 시대의 소옹(邵雍)이 저술한 『황극경세성음창화도(皇極經世聲音唱和圖)』의 발음오행이다. 당시 해례본은 순수 한글 발음체계를 고려하여 제작하였던바, 이는 훗날 신경준의 『훈민정음운해본(訓民正音韻解本)』이 한글을 초성•중성•종성으로 분류하여 한자음에 적합한 한글의 자음을 오행으로 분류하였던 것과는 확실한 차이를 노정한다.